사회공헌 자료

<사회혁신 포커스 리뷰 11호>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필요한 열정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필요한 열정
안지훈

한양여대 ESG 연구소 소장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1일 쓰레기 배출량은 47만 톤이다. 1년에 1억 7,155만 톤의 쓰레기가 우리나라 곳곳에 버려진다. 쓰레기 소각시설은 점점 줄고, 2027년이 되면 폐기물 매립장 30곳의 사용기간이 끝난다. 앞으로 3년 후면 수도권의 폐기물 직매립도 금지된다.

 

가정에서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는 소각장에 보내고, 소각 용량을 초과하는 쓰레기만 매립지에 묻었지만, 수도권 쓰레기는 2027년부터 직매립이 금지되고, 정부 방침이 확대되는 2030년부터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직매립을 할 수 없다. 직매립 금지란 모든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때, 재활용하거나 소각을 한 후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일상생활에서 배출한 종량제 봉투를 그대로 매립지에 버리는 것이 직매립이고, 이를 금지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쓰레기

 

쓰레기 문제는 사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다. 쓰레기는 통상 ‘불필요하거나 쓸모가 없어서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버리는 음식 찌꺼기, 포장 용기 및 종이, 휴지 등이 너무 많아 더 이상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때 나타나는 문제가 바로 쓰레기 문제다. 이 중 플라스틱이 가장 골칫거리다.

 

플라스틱은 재활용하기 어렵다. 매년 생산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전체 플라스틱 생산의 40%를 차지한다. 단 몇 분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은 넘쳐 나지만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9%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일회용 플라스틱이 복합재질로 만들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고, 분리배출한 일회용 플라스틱도 재활용선별장에서 온전히 재활용하기에는 제약 조건이 너무 많다.

플라스틱은 오랜 시간 분해되며 유해한 화학물질을 배출하고, 자연 상태에서 생분해되지 않는다. 적어도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나야 분해되는 플라스틱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바람, 파도, 햇빛 등의 작용으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고 이는 지구 생태계 모든 동·식물에 축적된다.

 

이런 플라스틱 사용량이 전지구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플라스틱스 유럽(Plastics Europe)은 2020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3억 6,700만 톤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인구의 몸무게보다 많은 양이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우리가 이대로 쓰레기 문제를 방치하면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2030년에는 2015년의 두 배, 2050년에는 세 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파르게 증가하며 인류를 위협 중인 플라스틱

 

태평양에는 인간이 살 수 없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섬이 있다. 쓰레기섬은 부유성 쓰레기와 각종 잔해물들이 원형순환해류와 바람을 만나 응집된 것이다. 그 크기는 2018년 기준,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고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쓰레기섬에는 플라스틱, 비닐 등 썩지 않는 쓰레기가 대부분이며 이는 파도와 바람, 부식 작용을 통해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어 해양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그 해양생물을 최종적으로 먹는 인간의 몸에 응축되어 쌓여간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순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2015년 이후, UN에서 범세계적으로 추진 중인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쓰레기를 그저 쓰레기로 보지 않고 자원으로 보는 인식 전환을 촉진하는 자원순환기본법이 제정되었고, 2021년 8월 31일에는 탄소중립기본법의 제정 등 기후 위기에 대한 범국가적인 대응을 법제화했다.

 

그렇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당신들은 자녀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것은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는 것입니다.” 2019년 툰베리가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한 연설이다. 기후위기, 환경오염 등에 대한 그녀의 절규가 가슴에 와 닿지만 우리의 생활과 행동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쓰레기 문제의 가장 큰 책임 주체, 기업

 

생활과 행동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항상 걸리는 측면이 있다. 기업이다. 쓰레기 문제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부문은 기업이다. 생산, 마케팅, 판매 등 기업의 생존을 위해 소비자를 설득하고 포섭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기업이 생산한 물품을 구매하고 사용한 후 물품의 포장 용기나 잔여물들을 버린다. 이 과정을 거치면 처리 곤란한 쓰레기가 발생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물품을 사용한 소비자인 시민에게 쓰레기 분리배출의 책임을 전가한다. 간단한 방법은 기업이 생산 단계에서 쓰레기를 적게 만들고, 분리배출 방법을 간편하게 만들면 된다. 생산 시 분리배출을 고려한 상품을 기획하면 자원순환 계획도,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정책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기업도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는다. ‘브레이크프리프롬플라스틱(Break Free From Plastic, 이하 BFFP)’이란 단체가 있다. 전 세계 2,300여 환경 단체와 11,0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국제 단체다. BFFP에서 매년 기업의 플라스틱 배출량 조사를 하는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상위 3위 안에 코카콜라, 펩시, 네슬레가 있었다. 2021년에는 네슬레가 4위로 내려가고 유니레버가 3위를 차지했다.

 

기업은 매출 추이와 순익의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민첩하게 대처하지만, 쓰레기 배출 세계 순위는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생각은 없고 일정 부분의 친환경 정책을 추진해 놓고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다. 쓰레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생산 및 유통 시스템의 혁신이 기업에서 필요하다.

 

아쉽게도 기업의 행동 촉구는 공염불(空念佛)에 불과하다. 기업을 감시하는 시민의 눈, 기업을 행동하게 하는 원동력은 소비자 즉 시민에게 있다. 시민의 강력한 요구가 없으면 기업의 혁신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시민의 새로운 참여가 절실하다.

 

 

쓰레기 제로 해결책 – 4R + 1P

 

쓰레기 제로(0)에 대한 해결책으로 4R을 제시한다. 4R은 감량(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에너지 회수(recovery)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여기에 1P가 더해져야 한다. 1P는 시민참여(citizen participation)를 의미한다. 4R은 시민의 일상생활에서의 실천을 의미한다. 우선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생산과 소비 습관을 바꿔야 한다. 소비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비문화시대에 소비를 줄이는 일은 어렵다. 기업과 대중매체는 소비를 부추기고, 입소문을 타면서 형성된 유행은 대중을 유혹한다. 유행에 민감한 대중은 소비하며 밑 빠진 독을 채운다.

 

생산과 소비의 악순환은 세대와 공간을 초월해 반복된다. 소비 문화의 악순환을 끊는 전지구적 대전환이 시급하다. 감량이 국가와 사회의 변혁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재사용과 재활용은 개인과 지방정부의 영역에 가깝다.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답은 개인의 행동에서 시작된다.

 

재사용과 재활용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재사용은 이미 사용한 물건을 본래의 의도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재활용은 본래의 의도와 목적에 용도를 더하거나, 손질을 가해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재사용은 물건을 더 많이 사용할 방법과 더 사용할 사람을 찾는 일이고, 재활용은 본래 용도를 넘어선 다양하고 획기적인 물건의 용도를 찾고, 손질 방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에너지 회수다. 에너지 회수란 분리배출, 유용자원 매립의 최소화, 폐자원의 에너지화를 의미 한다. 에너지 회수는 자원순환계획에서 규정한 4단계(생산-소비-관리-재생) 중 관리 단계와 재생 단 계에 해당한다. 우리가 소비한 제품을 어떻게 분리배출해야 매립과 소각을 최소화하고 재활용률과 에너지화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쓰레기 제로시대의 핵심은 개개인의 일상의 전환

 

마지막으로 시민참여다. 감량(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에너지 회수(recovery)를 우리의 일상에서 실천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유의미하다. 그러나 개인적 실천과 병행해야 할 것은 시민참여다. 기업의 비환경적 행위를 감시하고, 좌시하지 않는 시민의 참여가 전지구적 환경 문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솔루션이다.

 

지난해 『쓰레기 사전』이라는 책을 집필해서 발간했는데, 이는 톺아보면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 이다. 『쓰레기 사전』은 300여 개의 물품 분리배출 방법을 기술했고, 각각의 물품을 설명할 때 해당 기 업의 제품임을 밝혔다. 독자들이 쓰레기 사전을 보면서 1차적으로 분리배출을 하겠지만 나아가 어떤 기업의 제품은 분리배출하는 데 용이하고, 어떤 기업의 제품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 을 우회적으로 알리고 싶었다.

 

한정된 천연자원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매립하거나 태우지 않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정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지금 바로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개개인의 일상의 전환만이 해답이다. 꼼꼼하게 따지는 바른 분리배출과 시민참여만이 쓰레기 제로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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